다시 신인이 될 용기
성시경의 일본 진출 이야기
성시경이 나온 손석희의 <질문들>을 봤다.
그가 일본 활동을 한다는 건 알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달려들어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몇 달 전에는, 후지테레비에서 하는 노래방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치도리의 오니렌챤(千鳥の鬼レンチャン)>에도 출연했다고 한다. 본인 스타일대로 잘 부르냐가 아니라 기계의 음정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내는가가 관건인 프로인데, 일본인 가수에게도 힘든 이 미션에서 성시경이 총 10라운드 중 9라운드까지 진출해 화제가 된 것이었다.
반전이 있다면, 이 프로가 유명 가수가 나가는 프로그램은 아니라는 것이다. 프로그램 자체는 골든 타임에 방영하는 간판 프로지만, 출연을 꺼릴 이유가 너무나 많아서다.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들에게는 기계적으로 음정을 맞춰야 한다는 컨셉도 납득이 안될 것이고, 노래를 부르는 동안 패널들로부터 가차 없는 조롱을 계속 당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아쉬울 게 없는 아티스트가 괜히 나가봐야 잘해야 겨우 본전, 초반에 떨어지기라도 하면 망신이니 고사할 것이다.
그래서 주 출연자는 가창력은 있지만 뜨지 못한 무명 가수라든가, 예능에 자주 나오는 아이돌들이 중심이라고 한다. 즉, 탈락했을 때의 망신을 감수할 자신만의 '출연동기'가 있어야 하는 자리다. 그런 프로그램에 성시경이 나간 것이다.
그런 곳에 나가서 다시 시작하는 게, 괜찮냐는 손석희의 질문에 그는 '신인'이 되는 것이 너무 좋았다고 말한다. 나를 다시 한 번 도전시켜볼 수 있는 기회가 좋았다고.
손석희:
비기너가 되는 거잖아요. 괜찮아요?
성시경:
전 '신인'이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아무도 나를 못 알아보는 게, 제2의 인생을 살아보는 기분?
나를 다시 한 번 도전시켜볼 수 있는 기회.
보통 그런 기회는 없잖아요.
내가 한국에서 얼굴이 완전 다 알려졌는데
아무도 나를 모르는데, 가수로 다시 도전해보고 싶은 기분.
그래서 뭐든지 한 번 시키는대로 하겠다.
회사의 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시행착오를 아주 많이 겼었고, 지금도 겪고 있었고요.
지금 그의 목표는 일본의 올림픽 체조 경기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 무도관에서 콘서트를 여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일본 공연에서 4,200석을 채웠는데 다음에 6천 석, 7천 석을 채울 수 있다면 그 다음에는 무도관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일본 활동 자료 사진을 보면 작은 쇼핑몰에서도 공연을 하는 모양이다. 해마다 올림픽 체조경기장을 채우는 그가, 일본에서는 이런 이중생활을 하고 있었다니. 매혹적인 이야기였다.
찾아보니 성시경의 나이는 1979년생. 40대 후반을 바라본다. 데뷔가 2000년 10월. 25년이 지났다. 그에게는 일본 무도관이라는 서고 싶은 무대가 있었고, 그 무대에 서기 위해서는 다시 신인이 돼야 했다.
신인이 된다는 것은 간절함을 가지는 일. 탈락할지 모르는 <치도리의 오니렌챤(千鳥の鬼レンチャン)>을 거절하지 않는 일. 허름한 쇼핑몰에서의 공연을 마다하지 않는 일. 4천 석을 채웠음에 기뻐하는 일. 바닥부터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는 일.
성시경이 신인 가수가 될 수 있다면, 내가 신인이 되지 못할 이유는 무엇인가. 나도 제대로 한 번 신인이 되어보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