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나 규칙만으로는 지킬 수 없는 것
사카모토 유지의 <마더(Mother)>를 보고 — 독립적인 사고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불법'을 저질러야 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본 드라마 <마더(Mother)>는 이런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었다.
줄거리는 심플하다. 초등학교 임시 교사인 주인공(스즈하라 나오)이 7살짜리 제자(레나)가 학대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뒤, 그 부모에게서 구출해내는 이야기. 다만 로그라인에 조금 독특한 키워드가 있다. 그녀가 선택한 구출법이 '유괴'라는 것.
학교도 공권력도 시늉만 할 뿐 아이를 구하지 않았다. 주인공은 추운 겨울날 검정색 쓰레기봉투에 동여매진 채로 밖에 버려진 아이를 발견하고 결심한다. 지금부터 이 아이의 엄마가 되겠노라고. 30대 중반까지 연애도 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아온 그녀는 마주쳐버린(出会った) 운명 앞에서 아이를 구하기 위해 유괴범이 되기를 택한다.
세 가지 생각을 했다.
- 법과 규칙(rule)만 지키면 충분한가?
작품에서 가장 반가웠던 것은 4화에 나온 이 대사였다. 작가는 이 대사를 빌어 자신의 답을 전한다.
法律とか規則じゃ、守れないものだってあるの。
법이나 규칙만으로는 지킬 수 없는 것도 있어요.
무엇을 위해 법과 규칙이 존재하는지 잊어선 안 된다. 법, 규칙, 관례, 사회 통념 그것이 무엇이건 룰(rule)을 준수하는 것 그 자체는 최상위 가치가 아니므로, '이렇게 하면 법적으로 문제 없으니까', '이게 원래 규칙이니까'와 같은 말로 스스로의 판단을 의탁하지 말 것.
법과 규칙을 지킨다고 그 삶이 자동으로 좋은 삶이 되지 않는다. 홀로코스트 전범들, 수많은 독재정권의 부역자들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듯이.
무엇이 옳고 그른지, 무엇이 아름다고 추한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 선택의 기준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츠구미만 생각해.'
극중 인물들은 어려운 선택을 해야할 때마다 이렇게 말한다. 츠구미('레나'의 새 이름)라는 한 생명 앞에서, 그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알량한 체면도, 처벌에 대한 두려움도, 정말로 지키고 싶은 가치가 있다면, 그것들은 뒷전이 되어야 한다.
예전에는 가치관이 '무엇을 중시하는지'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짧은 생각이었다. 가치관은 '무엇까지 포기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그것은 다른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지키고자 하는 것, 감수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것이다.
매 순간, 우리는 그 순간의 '츠구미'를 정해야 한다. 그 일은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다.
3. 내가 사랑하는 인물들의 공통점
내가 사랑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입체적이다. 극중 캐릭터 그리고 친구, 선배, 스승. 그들에게는 선악으로 쉽게 구분지을 수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대부분의 순간에 '선한 인간'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스스로 설정한 최상위 가치를 위해 선택이 필요해지면, 그들은 나쁜 사람처럼 보이기 싫다는 이유로 도망치지 않는다. 필요한 결정을 내린다.
내가 좋아함에 그치지 않고, 사랑하게 되는 인물들은 그런 '선택의 무게'를 기꺼이 어깨에 지는 이들이었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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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작인데, 2025년에 봐도 여전히 문제작이다.
지성의 핵에는 독립적인 사고가 있다고 믿는다. 우리 안에 잠자고 있는 독립적인 사고를 깨우는 도끼같은 작품. 더 널리 가닿아야 마땅하다.
역시 사카모토 유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