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의 슬픔

한 시절을 보내는 마음에 대하여

[1]

"부탁이 하나 있어요."

2주 전, 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 친구가 말했다.

"왜 그럴 때 있잖아요. 남들은 잘 안 우는데, 유독 나는 울게 되는 순간. 그거에 대한 글을 한 번 써주면 좋겠어요." 이렇게 엉뚱하고 다정한 청탁이라니. 그녀다웠다.

그녀는 자신이 요즘 이 주제를 생각하고 있다며, 그 이유를 파고들면 자기이해가 깊어질 것 같다고 했다. 예를 들면 자신은 '플래시몹' 영상을 볼 때면 꼭 눈물이 나더라는 말도 덧붙였다.

[2]

즉석에서 머릿 속에 떠오른 나의 답은 '졸업'이었다. '졸업식'을 말하는 것만은 아니다. '졸업적 이별'이랄까. 초등학교 졸업식, 홈스테이 마지막 날, 대학교 1학년 때의 마지막 MT 같은 날들. 다시는 '이 조합'으로 모이진 못하겠구나, 이 시절은 이제 끝났구나 생각이 드는 순간들.

사람들은 나만큼 슬퍼하지 않았다. '슬프지도 않나?' 서운하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누구도 나만큼 이별을 제대로 받아들이진 않았던 것 같다. 사람들은 '또 볼텐데 새삼스럽게 뭘 그래', '연락 자주하면 되지', '크게 달라지는 것 없어'라며 대수롭지 않게 굴곤 했다. 관계의 미래를 낙관하곤 했다. 하지만 난 늘 알았던 것 같다. 이제 한 시대(era), 한 시절은 지나갔다는 걸.

[3]

어른이 된다는 건, 이별의 수를 쌓아가는 것이기도 하다. 제법 많은 수의 이별을 경험하기 시작하면서, '졸업적 이별'은 이제 전만큼 나를 울리진 않는다.

이별 뒤에 또다른 시작이 있다는 걸 경험해서였을까? 아니면 모든 시작에는 어떤 이별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서였을까? 나에겐 이별과 시작이 하나라는 경험칙이 생겼다. 내가 확신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생의 법칙이었다.

[4]

올해도 크고 작은 이별들을 했다. 한 시절의 끝이었다.

시작은 이별이다. 이별은 시작이다. 시작을 예찬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별 또한 예찬할 수 있다. 졸업이 아무리, 여전히 슬프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