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집 훈련

격투기 선수들이 맷집을 만드는 세가지 방법

요즘 '맷집'이라는 단어를 자주 떠올린다. 무슨 일을 하든 결국은 맷집 싸움인 것 같아서다.

그러나 맷집을 단순히 '정신력'의 문제로만 이해하면, 맷집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맷집은 그냥 참는 힘이 아니라 충격에 대응하는 시스템에 가깝기 때문이다. 맷집을 키운다는 건 '더 잘 참는 것'이 아니라, 충격에 덜 흔들리는 방법을 익히는 일이다.

그 방법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곳이 있다면 바로 격투기일 것이다. 충격을 피할 수 없는 세계에서는 충격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가 곧 실력이 되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맷집을 키우는 방식도 대체로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는 하드웨어, 물리적 맷집을 키우는 훈련이다. 맷집이 좋은 격투기 선수들은 하나같이 '두껍고 강한 목'을 자랑한다. 목 근육이 단단하면 머리에 충격이 가해졌을 때 뇌가 두개골 안에서 덜 흔들리게 되기 때문이다. 선천적으로 두꺼운 목을 가졌다면 좋겠지만, 목이 가늘든 두껍든 훈련해야 한다. 목에 무게를 달고 뒤로 젖히는 동작 등으로 목을 강화한다. 충격에 덜 흔들리는 구조를 세우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는 공격을 예측하는 훈련이다. 우리 뇌는 시각 정보로 위협을 감지하면 충격에 대비해 본능적으로 근육을 수축시키는데 이러한 브레이싱(Bracing)을 통해 몸이 '받을 준비'를 하면 데미지는 훨씬 덜하다. 그래서 선수들은 상대의 일격을 허용하는 순간에도 눈을 감지 않도록 훈련한다.

마지막으로는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는 심리적 맷집을 키우는 훈련이다. 약속대련만 거듭하게 되면, 실전에서 공포심에 얼어붙어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데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결국 익숙해지는 것뿐이다. '죽을 만큼 맞아도 안 죽는' 경험에 스스로를 노출시켜서 이 정도는 괜찮다는 감각을 업데이트하는 것이다.

내구도 강한 인간이 되고 싶다. 어떤 게임을 하든, 끝까지 남아있기만 하면 찬스는 또 오니까.

격투기 훈련을 한답시고 머리를 두들기는 훈련을 하는 바보는 없다. 마찬가지다. 단순히 많이 얻어맞고 오래 버틴다고, '잘 하고 있다'고 착각해선 곤란하다. 구조를 세우고, 신호를 읽고, 두려움에 익숙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