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아는 자랑거리
최근 받은 어느 선물에 대하여
시인이 시를 보내주었다.
이번 여름 여행지에서 쓴 시라고.
읽어보라는 말도 없고, 왜 썼는지도 없고,
그냥 시 두 개가 덜렁 왔다.
시인의 제자에겐 이런 특혜가 있다.
나는 세상에 갓 태어난 그 시구들을
조용히 바라보고, 몇 번 중얼대보고,
금세 우쭐해졌다.
한 주를 잘 보냈다.
내가 시인의 제자라고 말하면,
세상 사람들은 "네가? 어떻게?"라고 묻겠지?
그럼 나는 "야매 제자긴 해도 제자는 제잔데요."라고 우길 것이고.
나는 시도 쓰지 않고,
글 쓰고 싶다고 투정하면서도 숙제하듯 간간히 겨우 쓰며,
무엇보다 시인의 제자라기엔 상당히 자본주의적이다.
하지만 어쨌거나 저쨌거나
나는 나를 덜 자본주의적으로 만들고,
나를 덜 모진 사람으로 만드는 시인이 좋다.
뾰족하고 못 돼먹었지만
엉망까진 아니라고, 나아질 기미는 있다고,
왜냐하면 이런 시를 쓰는 시인이 나의 스승이므로 기회는 넉넉하다고.
나를 달랠 수 있어서 좋다.
최고의 시를 쓴 시인이 갓 지은 시를 먼저 받아보는 기쁨.
이것이 자랑거리가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 인생의 자랑일까?
좋은 한 주였다.
다른 일들에도 불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