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룡의 발차기
링에 오르기 위해 필요한 것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새 프로젝트를 시작하니, 매일 새로운 실수가 나온다. 지난 2주 동안 세 번이나 실수가 있었는데, 전부 내가 제대로 챙기지 못한 탓이었다. 약간의 돈으로 해결할 수 있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원래 같으면 자책부터 했을텐데, 요즘은 실수도 재밌다. 전부 내가 모른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영역에서 튀어나온 실수들이기 때문이다. "이걸 내가 어떻게 알았겠어?" 뻔뻔해지기가 쉽고, "오, 이런 거구만"하고 깨우치는 맛이 상당하다. 게임으로 치자면, 스탯이 올라가는 재미에 폭 빠져있달까.
그러나 실수에 풀이 죽지 않는다고 해서, 순도 백퍼센트의 자신만만 상태라는 건 아니다. 요즘 겪고 있는 증상 중 하나는 이 분야의 모든 사람들이 엄청 대단해 보인다는 것이다. 업무로 새로운 분을 만나게 되면, 나이와 지위를 떠나 모두가 '대대대선배'처럼 느껴진다. 뻔뻔해지려고 노력 중이지만, 무식한 게 자랑스러울 리는 없다. 너무 모르니까 민망하기도 하고.
뻔뻔하게 굴다가도 중간중간 생각이 스칠 때가 있다. 이 분야에서 내가 익혀야 할 기술, 노하우는 가지수를 따지자면, 얼마나 많을 것인가? 내가 겪지 못한 경험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걱정이 슬쩍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소룡은 말했다.
“만 가지 발차기를 할 줄 아는 사람은 두렵지 않다. 내가 두려운 건 한 가지 발차기를 만 번 연습한 사람이다. (I fear not the man who has practiced 10,000 kicks once, but I fear the man who has practiced one kick 10,000 times.)"
이소룡에 기대어보면, 내가 못 배운 9,999가지 발차기는 중요치 않다. 승부는 내가 한 가지 발차기를 끝내주게 찰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KO를 맞는다면, 그건 내 필살기가 충분히 벼려지지 않아서지, 나머지 9,999가지 발차기를 빠짐없이 익히지 못해서는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만 가지 발차기를 다 못 배웠다는 이유로 링에 오르지 못할 것도 없다. 어차피 누구도 모든 기술과 노하우를 완벽히 마스터하고 링에 오르는 건 아니니까. 내가 연습해온 발차기 하나를 가지고 링에 오르고, 결과를 확인하면 된다.
만 가지 발차기를 익히지 못했음을 걱정하지 말고, 한 가지 발차기가 충분히 강하지 않음을 걱정해야 한다. 승부는 필살기에 있다. 잘 하는 걸 더 잘 해야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