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추천을 대하는 자세

재미없다고 소문난 영화를 보러가도 될까?

주변에서 별로라고 하는 건, 나도 안 하는 게 좋을까?

올해 초에, 오래 전 출간된 어느 기업가의 자서전을 읽었다. 신간으로 막 나왔을 때, 당시 먼저 읽은 선배가 "알맹이가 없더라"고 하길래 지나쳤던 책이었다. 그 선배가 책을 혹평하는 건 처음 들어서, 어지간히 별로인가 보다 했었다. 읽어야할 책은 수없이 많으니 굳이 별로라는 책을 읽을 필요는 없었다.

한참 시간이 흘러 올해 문득 그 기업의 얘기가 궁금해졌다. 막상 읽어보니 좋은 관점이 많이 담겨 있었다. 훨씬 어렸던 그때 읽었다면 좋았을텐데, 너무 늦게 읽게 됐다는 생각을 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 영화 봤어요?"
이번 주말 보러 갈 작정이었기에, 유행에 빠른 동료에게 물어봤다.

"아직 안 봤어요. 근데 친구가 별로라고 하긴 하더라고요." 동료는 말했다.

살짝 불길했지만, 그냥 끌려서 혼자 심야 영화로 봤다. 다행이었다. 3시간 내내 재밌었으니까. 상상력에 감탄했고, 음악에 감탄했다. 그레이스 박사와 로키가 보여주는 버디 무비스러움도 정확하게 내 취향이었다.

찾아보니 평점은 높았지만 별로라는 평도 꽤 보였다. 크게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았다. SF 장르 자체를 즐기지 않는 사람이 한 부류였고, 다른 한 부류는 원작 소설을 심하게 재밌게 봐서 영화의 무자비한 생략에 실망한 사람. 다행히 나는 어느 쪽에도 해당되지 않았다. 나는 재밌었다.

추천을 받으면 나는 가급적 해보는 쪽이다. 추천받은 영화는 찾아보고, 추천받은 책은 읽어보고, 추천받은 식당엔 한 번 가본다. 성공적일 때가 많다. 추천해주는 사람이 나의 맥락을 고려해주는 경우도 많고, 입소문으로 추천이 나에게까지 도착할 정도면 어느 정도 보편적인 탁월함의 기준을 통과했을 확률이 높다.

그러나 '비추천'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접근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를 좋아하지 않을 이유는 훨씬 무궁무진하니까. 취향이 다르고, 상황이 다르고, 기대치가 다르면 경험도 달라진다. 추천받지 못한 것들은 쉽게 '비추천'으로 뭉뚱그려지는데, 그것을 '추천'만큼 강력한 신호로 받아들이면 매력적인 조우를 놓칠 수 있다.

어차피 세상이 우러러보는 기업가의 이야기도 모두를 감동시키진 못한다. 아마존이 2억 달러를 들여 만드는 헐리우드 영화도 모두를 놀라게 하지 못한다. 그러니 너무 쉽게 지나치고 너무 쉽게 제끼지는 말자. 나는 다를 수 있으니까. '비추천'의 딱지가 붙은 걸 했다가 끝내주게 좋았던 경험도 수두룩하게 많았으니까.

별로라는 영화도 내가 궁금하면 보고, 별로라는 책도 내가 궁금하면 보고, 별로라는 식당도 내가 궁금하면 가보는 인생이 더 재밌지 않을까? 물론 조금 비효율적이긴 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