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석 가리기

<더 코리안 셰프> 속 주옥 신창호 셰프 이야기를 보고

다큐 <더 코리안 셰프>를 봤다. 가장 인상깊었던 건 한식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주옥'의 신창호 셰프였다. 그는 서울에서 미슐랭 2스타를 받고 정점을 찍은 뒤, 2024년 돌연 업장을 닫고는 뉴욕 파인 다이닝 시장에 도전한 인물이다. 그의 나이 마흔 다섯일 때였다.

그는 "너무 많은 인생이 남았고, 요리를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뭔가를 끝내는 느낌인 것 같았다"고 말했다. 스태미너와 박력을 갖춘 리더였다.

그는 열 한 명의 팀원과 함께 뉴욕으로 갔고, 그의 팀은 오픈 3개월만에 미슐랭 1스타를, 그리고 1년만에 2스타를 받았다. 뉴욕에 2스타가 14곳뿐임을 생각해보면 대단한 진격이다.

영상에는 '흑백요리사'로 잘 알려진 요리괴물 이하성 셰프와 그의 대화가 나온다. 뉴욕에서 첫 식당을 준비 중인 이하성 셰프에게, 신창호 셰프는 이런 조언을 그에게 건넨다.

신창호:
초반에 무조건 다 쏟아붓고 궤도에 올려놓고 그러다 보면 이제 옥석이 가려지고 그러면서 팀이 생기고 그러다 보면 네가 머리 하얘져서 있겠지.

"그러다 보면 이제 옥석이 가려지고"라는 그의 말에 전구가 켜졌다. 그의 식당 이름이 '주옥'이어서 그런가? 어쩐지 그의 표현에 더 주목하게 됐다. 초반의 과투입과 그 과정 속에서 가려지는 옥과 돌멩이. 옥은 단박에 고르는 게 아니라, 나아가는 길 위에서 '가려지는 것'이다. 초견에, 첫 느낌과 첫인상만으로 모든 것을 파악할 순 없는 것이다.

신창호 셰프는 2016년 청담동에서 '주옥'을 처음 열었을 때, 일식 바탕의 아시아 퓨전 요리를 주력으로 시작했다. 자신이 해외 경력을 쌓았던 '노부(Nobu)'에서 배운 것을 살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뚜렷한 정체성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갈증은 한식의 '장'에 오롯이 집중하는 결정으로 이어졌다. 식전빵과 버터를 없앴고 파스타 대신 달래간장을 넣은 밥을 내고, 들기름 요리를 선보였다. 2016년의 첫 구성으로 뉴욕에서 미슐랭 2스타를 받을 수 있었을까? 확신할 수 없다.

그는 뉴욕으로 건너간 후, 다른 한식 셰프들과 함께 텃밭을 가꾸고 있다. 현지 식재료로는 같은 맛이 안 나는 들깨, 나물류 등을 재배한다. 과거에는 '외국인들이 어떻게 하면 더 편하게 먹을까'만 생각했지만, 이제는 '더 한식 같은 한식'을 내주고 싶다고 생각이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생각과 실행은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었다. 그의 행보는 좋은 아이디어를 발견하는 것도, 좋은 팀을 만드는 것도 옥석을 가려내는 '과정' 속에서 실현되는 것임을 보여준다.

옛날 옥을 파는 상인들은 진짜 옥을 가리기 위해 여러 비법을 동원해야 했다. 만져서 옥 특유의 서늘함을 따져보고, 소리가 맑은지 보기 위해 단단한 물체로 톡 쳐보고, 칼로 긁었을 때 흠집이 나진 않는지 살폈다. 만져보기 전엔 모르고, 톡 쳐보기 전엔 모르고, 스크래치를 내보기 전엔 알 수 없었다. 옥을 수없이 봐왔어도 한눈에 알 수는 없었다.

현대의 보석 감정도 여전히 프로세스를 따른다. 보석의 진위를 가려내기 위해 빛을 쏘아 투과 패턴을 파악하고, 정밀 현미경으로 보석 내부의 불순물이나 결정 구조를 들여다보고, 자외선 등을 쏘아 에너지 반응 패턴을 확인한다. 한눈에 다이아몬드라고 단언하는 보석감정사란 존재하지 않는다.

너무 빨리, 단번에 옥석을 가리려는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돌이켜보면 '한눈에' 진가를 알아차리는 능력을 욕심내왔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생각은 이제 수정돼야겠다.

필요한 것은 '옥석을 가리는 비범한 눈'이라기보다는, '옥석을 가려내는 프로세스'를 정리하는 것, 그 프로세스를 훈련하는 것,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견딜 '지구력'이다. 옥석을 가려내는 과정들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만나는 수많은 '돌멩이'들에 덤덤하고 싶다. 옥을 찾겠다고 생각한 이상, 당연한 일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