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할 수 있는 능력

위대한 과학자와 영화감독의 공통점

최근 읽은 책에서 인상적인 이야기를 봤다.

노벨상을 타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에, 프랜시스 크릭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 그건 아주 간단합니다. 뭘 무시할지를 알았기 때문이죠." (Oh, it’s very simple. My secret had been I know what to ignore.)

그는 제임스 왓슨과 함께 DNA의 이중나선구조를 발견한 인물이다.

아인슈타인도 함께 인용됐는데,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가장 큰 과학적 재능이 수없이 많은 논문, 실험 자료들 중에서 본질적인 것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모두 무시하는 능력에 있다고 말하곤 했다는 이야기였다.

I soon learned to scent out that which was able to lead to fundamentals and to turn aside from everything else, from the multitude of things which clutter up the mind and divert it from the essential.

나는 곧 무엇이 근본적인 것들로 이어지는지 냄새를 맡고, 본질적인 것으로부터 벗어나 마음을 어지럽히는 수많은 다른 것들로부터 고개를 돌리는 법을 배웠습니다.

위대한 과학자들은 자신이 어떤 가설을 검증하고 있는지, 어떤 결과를 찾고 있는지에 집중해 소음을 걸러냈다.

중요한 것에 집중하라. 나머지는 버려라. 시원한 주문이다. 정작 실천이 어려운 건 무엇을 무시해야 하는지 모르겠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이 중요한지 명쾌하게 알 수 있다면, 나머지를 버리는 것쯤이야.

무엇이 중요한지는 왜 알기 어려울까? 좇고 있는 결과, 목적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가 내리는 여러 의사결정들과도 맞닿아 있다.

  • 어떤 진로를 원하는지 알지 못한다면, 모든 자격증과 학원 강의가 필요한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 감내할 수 있는 위험 수준을 모른다면, 모든 투자 기회가 놓쳐서는 안 될 절호의 기회처럼 보일 것이다.
  • 어떤 가치를 주는 제품을 만들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면, 고객의 모든 피드백을 수용해야 한다고 판단할 것이다.

소음을 가려내고 싶다면 소음을 가려낼 필터, 즉 기준이 필요하다.

영화계의 거장들에게는 한 가지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지'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영화 <대부(The Godfather)>의 전설적인 제작자 Al Ruddy는 조언을 구하는 B. J. Novak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감독을 하려면 딱 2가지만 알면 돼. 네가 뭘 원하는지, 그리고 그걸 어떻게 얻어낼지." (You only need to know two things to direct: what you want and how to get it.)

어떤 장면을 찍고 싶은지 안다면, 살짝 지쳤을까 걱정되는 배우에게 그럼에도 '다시'를 외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된다. 그것은 중요한 일이니까.

무시할 수 있는 '초능력'은 목적지를 명확히 아는 것으로부터 획득된다. 목적지가 정해지면, 경로는 빠르게 가지치기가 일어난다. 지금 무엇을 무시해야 할지 보이지 않는다면, 그건 정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그 확신을 만들러 다시 돌아가야 한다.

다시 돌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