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을 좋아하는 법

연말 회고를 하는 마음에 대하여

겨울을 좋아한다. 하지만 12월은 좋기도 하고 안 좋기도 하고 헷갈릴 때가 많았다. 출근길의 시린 찬 공기에 숨이 트이는 것도 좋고, 새 다이어리를 고르는 것도 신나고, 도시 곳곳의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좋다. 하지만 12월에는 11월과는 다른 헛헛함이 있었다. 한 해의 일들을 종이에 적고나면, '와, 뭘 많이 하긴 했네' 뿌듯하기도 했지만, 더 잘 할 순 없었던 걸까 씁쓸해지곤 했다.

그러나 올해 12월은 조금 마음에 든다. 한 해를 보내는 마음에 아쉬움이 전처럼 크지 않다. 헛헛한 12월의 저주로부터 풀려난 걸까?

비결을 꼽자면 작년 이맘때 세운 새해 다짐 덕택일 것이다. 2024년 12월, 나는 한 가지 다짐을 했는데, 그것은 '뒤돌아보지 않는다'였다. 연말 회고를 하다가 문득 후회나 반성은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조금 어리석었을 뿐이다. 완벽한 사람이 세상에 뭐 얼마나 된다고. 이만하면 잘했지, 훌훌 털고 나아가고 싶었다.

물론 결심이 섰다고 사람이 휙 바뀌진 않을 터. 다행히 나에게는 멋진 친구가 있기에 그녀에게 물었었다.

"너는 왜 후회를 안 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그때의 나는 다르게 선택할 능력이 없었으니까?" 똑똑한 그녀가 말했었다.

"윤혜 너는 네가 다시 돌아가면, 다르게 선택할 수 있었다고 착각하는 것 아닐까? 아니야. 넌 여전히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을 거야."

그렇다. 당시 내가 가진 정보, 지식, 지혜, 성향으로는 나는 그 선택밖에 할 수 없었다. 다른 경로는 어차피 없었다. 애초에 불가능했으니 후회할 대상도 없다. 이 질문을 더 빨리 그녀에게 던졌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니지, 나는 이 질문도 던질 수가 없었다. 이제서야 물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음으로 납득하게 되니, 자연히 후회가 줄었다.

류시화 시인의 글을 오랜만에 꺼내 읽었다.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뒤돌아보는 새는 죽은 새다. 모든 과거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날개에 매단 돌과 같아서 지금 이 순간의 여행을 방해한다.
(...)
다시 오지 않을 현재의 순간을 사랑하고, 과거 분류하기를 멈추는 것. 그것이 바람을 가르며 나는 새의 모습이다.

류시화,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여전히 좋았다. 여전히 필요한 말이었다. 2026년 새해 다짐 목록에 '뒤돌아보지 않는다'는 잔류시키기로 했다. 내년엔 12월이 더 좋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