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이라는 나침반

스티븐 프레스필드, <더 피어오르기 위한 전쟁(The War of Art)>

이번 주에 골몰했던 문제가 있었다. X라는 일을 추진하려 하는데, 그러려면 A라는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이 방법도 생각해보고, 저 방법도 생각해보고. 머리가 아팠다. 그러다 퍼뜩, 이것이 스티븐 프레스필드가 말했던 바로 그 '저항(Resistance)'이 아닌가 싶어 멈칫 했다.

스티븐 프레스필드는 영화 <300>의 원작 소설가인데, 긴 방황 끝에 50대가 되어서야 데뷔했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피어오르기 위한 전쟁(the WAR of Art)>을 펴냈다. 그는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우리가, '살 수도 있었을 삶'을 살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하는 이유로 '저항'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저항은 우리가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하려고 할 때마다 나타나 우리를 방해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다. 그의 창작론에 따르면, 저항은 누구에게나 작용하는 자연 법칙 같은 것으로, 창작, 운동, 다이어트, 새로운 일 그게 무엇이든 변화나 도전을 막는다.

이 저항에는 기막힌 점이 하나 있는데, 매 순간 그것이 저항인지 우리가 알아차릴 수 없게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미루기, 자기 의심, 두려움, 완벽주의는 사실 전부 저항의 한 형태다. 그에 따르면 가족의 방해는 물론이고, 몸살이 나는 것조차 어쩌면 저항일 수 있다. 저항은 온갖 수를 써서 우리의 착수를 막는다.

Resistance is protean. It will assume any form, if that’s what it takes to deceive you.

그런데 프레스필드는 이 저항을 알아차리는 것에서 멈추지 말고, 이 원수 같은 저항을 오히려 나침반으로 쓰라고 말한다. 저항의 힘을 역이용해보자는 것이다. 저항이 지금 그토록 강렬하게 막고자 하는 바로 그 일, 그곳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짚는다. 그 일이 우리에게 아무 의미가 없었다면, 저항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두려움이 강하게 느껴진다면, 자기의심이 강하게 느껴진다면, 어쩐지 미루고 싶다면, 그곳이 바로 길이다.

We can use this. We can use it as a compass. We can navigate by Resistance, letting it guide us to that calling or action that we must follow before all others. Rule of thumb: The more important a call or action is to our soul’s evolution, the more Resistance we will feel toward pursuing it.

결말을 말해보자면, 이번 주에 내가 풀려고 했던 문제 A는 '저항'이었다. 프레스필드의 경고대로 저항은 감쪽같았다. 문제 A는 꽤 중요한 이슈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교묘하게 변장한 저항이었다.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않게 저항이 끼워넣은 '가짜 선결과제'.

쉴 새 없이 변장해 나타나는 저항들을 알아보기. 이것만 제대로 해내도 삶의 향방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저항을 제때 알아차리고, 오히려 저항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몸을 내던질 수 있다면, 우리 삶은 얼마나 많은 시도들로 채워질 수 있을까? 그 끝에 어떤 가능성을 만나게 될까?

그래도 이번엔 며칠 만에 알아봐서 기특했다. 이 정도면 양반이라고 봐야겠지.


*예술가들의 창작론을 다룬 책에는 뮤즈나 이 책의 ‘저항’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을 언급하는 대목이 종종 등장한다. 뉴에이지적 주장이나 특정 종교와는 무관하며, 작가로서의 창작 경험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