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의 가격
당연한 것들에 가격 붙이기
더운 나라에 왔다. 땀이 주륵주륵 흐르고, 공기는 탁하다. 나는 온갖 것에 까탈스럽지만 특히 더위를 못 참는다. '와, 여기서 어떻게 살지?' 하루에도 몇 번씩 궁금해졌다.
동행들에게 '여기서 평생 사는 조건으로, 100억, 1000억을 준다면 살 것인가?' 물었다. 많은 외국인들이 돈을 벌러 오는 도시니까, 자연스러운 질문이기도 했다.
유독 숨 막히는 날이어서였을까? 우리의 답은 신기할 정도로 모두 No였다. 가족과, 친구와, 각종 인프라, 모든 것이 지금과 똑같이 유지된다는 조건 하에 날씨만 이렇다고 해도 똑같이 No였다. 기후란 이렇게 중요한 것이다. 누군가에겐 1천억 이상의 가치가 될 수도 있는 것.
문득 궁금해졌다. 기후처럼 공짜로 주어진 것, 처음부터 받았던 것들에도 가격을 매겨본다면 어떨까? 예를 들면, 엄마 같은.
우리 엄마는 나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불사하는 사람. 엄마 같은 사람을 엄마로 만나려면 나는 얼마를 지불해야 했을까? 당연한 일들에 가격을 매겨보면, 지금의 삶이 얼마나 값비싼 대가를 얻어야만 손에 쥘 수 있는 것인지 깨닫게 될 것이었다. 매사에 감사할 줄 모르는 나에게 딱인 훈련법을, 오늘 발견한 게 아닐까? 더운 와중에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