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의 인사법
어느 카페에서 받은 인사에 대하여
브랜딩에 공들인 요즘 카페들은 직원들의 분위기부터 다르다. 그들은 딱 알맞게 어린 나이에, 패션 감각이 좋고, 움직임에는 망설임이 없다. 불친절하진 않지만 친절하지도 않다. 자본주의적인 격한 환대는 덜어내고, 담백한 인사만 남긴 느낌이랄까.
이번 주말에 간 카페도 그랬다. 공간이 훌륭해서 20대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손님들로 북적이는 곳이었다. 멋스러운 직원에게 주문을 넣고 음료를 기다리는데 시선이 느껴졌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40대로 보이는 한 남자가 힐끗 힐끗 내 눈치를 살피는 듯 했다. 눈가와 입가에 미소를 가득 띈 채여서 더욱 의아했다.
커피는 금방 나왔다. 쟁반을 들고 옆 동의 자리로 향했다. 문을 여는데, 조금 전 그 남자와 다시 마주쳤다. 남자는 활짝 웃으며, 자동문을 잡아주었다. '친절한 분이로군' 생각하며 지나치려는데, 남자가 "맛있게 드세요"라며 인사를 건넸다. 예상치 못한 그의 인사에 당황한 나는 무표정하게 "감사합니다" 서둘러 내뱉고는 자리에 앉았다. 인류애가 넘치는 분이네, 하고 또 한 번 의아해했다.
그리고 2초 정도 지났을까. 번뜩 머리에 생각이 스쳤다.
'아, 사장이구나.'
'___ 대표'라고 검색해보니 그 남자였다. 어쩐지 낯이 익더라니. 그제서야 조금 전의 시선과 표정과 인사말이 납득되었다. 그는 고객의 안색을 살피는 모범 사장이었던 것이다.
인상 깊었던 건 두 가지였다.
먼저 그의 인사가 "좋은 시간 되세요"가 아닌, "맛있게 드세요"였다는 것. 그의 카페는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 로고 디자인 등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한데, 창업한지 10년이 지나 여러 지점이 생겼음에도 여전히 '커피맛'을 1번 가치로 삼고 있는 모양이었다.
카페는 사진 찍기 좋은 곳일 수도, 이야기하기 좋은 곳일 수도, 경치가 좋은 곳일수도, 노트북하기 좋은 곳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인사대로라면 카페는 결국 커피를 마시는 곳이다. 무엇보다 손님이 커피를 맛있게 먹어야 한다. 이 브랜드는 업의 본질을 그렇게 정의하고 있었다.
또 다른 하나는 음색이었다. "맛있게 드세요." 아마도 수천 번, 수만 번 했을 그의 말에는 묘한 음색이 있었다. 그는 '정말로' 내가 맛있게 커피를 먹기를 바라는 듯 했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다정했고 환대받는 느낌이었다.
생각해보게 됐다. 나는 오프라인에서 고객을 만날 일이 좀처럼 없는데, 만약 그런 내가 우리 고객, 그리고 우리 콘텐츠를 접하는 분들을 실제로 마주하게 된다면? 나는 그분들한테 어떤 인사를 건네게 될까.
브랜드가 브랜드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구구절절 길게 작성된 사명선언문이 아니라, 그 남자의 "맛있게 드세요"처럼 가장 직관적인 한 문장일지 모른다.
"맛있게 드세요"처럼 다정한 음색으로 건넬 수 있는 근사한 한 문장이 우리에게도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프로젝트는 “이 프로젝트가 고객에게 건네는 인사말은 무엇인가”부터 출발해봐야겠다. 그 문장이 우리가 해야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분명하게 일러줄 것 같다.